230116
5분내외단위로 맞추어둔 알람을 네번째듣고서야 겨우털고일어나
얕은 쪽잠들에 가시지않는 찜찜한피로감을느끼며 뜨거운물에몸을적셨다
나선지 얼마되지않아
강추위에 부르튼 입술을 진정시키고자 챙겨다니던 보습제를
두꺼운겨울외투 주머니 어디에두었는지헷갈려 연거푸 뒤적거리면서 머릿속으로는 오늘 처리해야할일을 생각했다.
처리해야할일에 대비하여 여덟시간은분명 충분하고도남을정도였지만
무수한방해속에서 마음에들지않는수준으로 일과를마치고
저녁약속장소로 발을옮겼다
오늘은 인생을 얼마 살지도못했으면서
자신의삶은 비대하게 사랑하는 여럿이서 인생을논하는자리였다
기울어지는술잔과 흘러가는대화에 나의진동수를맞추는것은 원래도 어렵지않은일이거니와
오늘은특히 더 그랬던거같다
스스로도 무슨말을하고싶은지 잘모르겠는상태에서 나오는대로재잘거렸다
아마 어딘가에서 보고읽은 여러것들이나
어제혹은지난주에 만난사람과 했던 얘기중에 인상깊었던것들을 솎아말했을테니
썩말이되고 심지어는 인상적이었나보다
그렇게 텁텁한 술기운덕분에 그다지 춥게 느껴지지않는 귀갓길에서
나는 오늘나누었던얘기가
공기중에윙윙울리고 자기들끼리뒤섞이는것을보며
더할나위없는 공허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건 왜냐하면 더이상새롭지않은 새로운사람과의 익숙한자리와
익숙한사람과의 비일상적인자리를 거듭 자꾸 나가다보면
삶에대한회한은 누구와나누었는지
미래에대한낭만을 심도있게논했던자는 그중대체누군지
스스로도 헷갈려
자꾸만 소모적이라는 생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소모적이라는 생각에 빠지는것은 무엇보다도 괴롭기 마련이라
굳이길을조금더돌아
소주한병과 매운맛이가미된 육포한봉지를샀다
소주한병의도움으로 지난일상들을 곰곰히돌아보았다
하지만당연히 답을찾지못하고
그저 갈래갈래 나의 자아가 헤졌다 기워짐을 인식하며
와중에 가져본적도없는 하나의존재로서 진정 공명할수있는 인간체를 막연하게 그리워하다가
문득 죽어도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삶이란 원체 그런것이다 죽음을인식함으로써 반대급부적으로 삶의의미를 찾아내게되는것이다
하는 얕디얕은생각에 너무쉽게 납득하며
다시알람을여러개맞추고 등을둥글게말아 잠자리에드는것이다
익일아침에는 찜찜한피로감과 옅게남은숙취에
우습게도 오히려 육체의실존을느끼면서
다시출근길지하철에 몸을싣는다
역삼역2번출구 계단을오르다보면
으레마주하게되는 빰에매섭게들이치는 영하의 칼바람에
나는 문득 스물한살에다녀온
시베리아한복판의 바이칼호수를 떠올렸다
그러다보면
존재의덧없음에서오는괴로움과
사유에서발생하는고통의 아득한 무의미함을
한번더아프게깨닫고,
일상에 발맞추는것이다
죽음을 유예하는것이다